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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한국경제-9월 15일] [시론]G20회의 과제는 금융보호주의 차단 지나친 규제강화 자금 이탈 유발…선진•신흥국간 공조체제 절실해 세계 경제가 다시 술렁인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한 미국 경제도 더블딥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국제적 이슈 중 하나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일부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였다. 그 결과 경제위기 회복을 가로막는 추가적인 보호주의 장벽을 도입하지 말자는 '스탠드스틸(standstill)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지난 6월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의 노력으로 이 원칙의 이행을 재확인했다. 즉 2013년 말까지 투자,무역거래에서 장벽을 일절 만들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만큼이나 위험하고 동반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금융보호주의의 위협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국제 여론의 환기나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보호주의는 흔히 자국 내 금융규제의 형태로 나타난다. 금융규제 강화는 투자자금의 원활한 이동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일시적인 대규모 자금 회수,즉 디레버리징(deleveraging)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피해는 선진국의 투자자금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한국과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 신흥공업국들의 자본시장 붕괴는 또 다른 세계경제 위기로 이어져 선진국들도 의도치 않게 2차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프라납 무커지 인도 재무장관이 '금융규제는 위장된 금융보호주의'라고 강조하며 경계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만약 유럽과 미국의 금융 위기가 다시 한번 재현될 경우,선진국들은 자국 금융기관 보호를 이유로 즉각적인 금융규제 강화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다시 한번 발생할 소지가 크며 이는 또 다른 세계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지금은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도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상이한 금융정책은 국가간 긴장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양국의 날 선 대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보였던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상황도 이 같은 기 싸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경제정책,그 중에서도 금융정책 문제에서의 대립은 국가간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고 대화채널을 경직시켜 극단적인 경우 군사적 갈등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배운 역사의 가르침이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급속히 성장한 반면 미국과 유럽의 위상이 현저히 약화되는 등 국제경제 파워 시프트 현상이 뚜렷해졌다. 기후변화,무역,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을 앞세운 선진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시장 간의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정상회의에서는 잠재된 갈등의 진원지인 금융보호주의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의 근간만이라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 /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 한국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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