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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매일경제] `자유무역 수호자` 자처한 중국의 두얼굴 | 2018.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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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매일경제 - 2018년 2월 7일]
'자유무역 수호자' 자처한 중국의 두얼굴
지재권 침해·외국기업 규제 등 말·행동 달라 서방國 불만 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다보스포럼 참관기
올해 다보스포럼은 저금리와 저유가가 이끄는 쌍두마차를 타고 순항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완연한 회복세의 영향으로 매우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최근 수년간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저성장의 고착화를 의미하는 '뉴노멀'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대미를 장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을 지켜보면서 1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시 주석은 "보호무역주의는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세계화의 수호자를 자처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보호무역주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당시 당선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후 시 주석이 연설한 그 장소에서 "미국은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그것은 공정하고 호혜적이어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심각한 지식재산권 침해, 산업 분야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같은 불공정 무역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중국의 대미 흑자가 2758억달러로 전년보다 약 10%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발표 직후여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실태에서부터 철강·금속 제품의 과도한 수입 의존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에 이르기까지 보호무역조치를 이행할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왔고,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중국과 무역전쟁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판이하다. 중국은 자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느슨한 대응, 자국 내 외국 기업의 기업 활동 제한 등을 이유로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서방 국가에서 여전히 불만을 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보스포럼 직전 '중국과 서방이 시스템 충돌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만 해도 서방과 점차 괴리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르익었으나 그 희망은 양립할 수 없는 정치·경제 체제의 단단한 바위에 뿌리내린 것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비관적 시각을 반영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 중 50%가 2016년 조사에서 '중국에서 기업하기가 전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답했고, 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회원 4분의 3이 '중국에서 점점 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최근 사드 배치라는 정치적 이유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경험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설문조사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중국 정부가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의 변화'라고 표현하고 있는 과거에 비해 약해진 성장동력과 자산버블 같은 문제들도 부각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다보스 현장에서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수정안(World Economic Outlook, Update)'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6.8%를 정점으로 향후 2년간 6.6%, 6.4%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경기억제책을 강화하면 이 전망치도 달성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지방정부들이 막대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해오던 관행을 부채 관리 때문에 지속하기 힘들어진 것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이 자산버블과 같은 위험을 쌓아가고 있다"며 다음 금융위기 진원지가 중국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중국은 경제 외적으로도 정치·경제 시스템의 부조화, 서방세계와의 불협화음, 이웃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 등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우리에게 중국은 역사적·지정학적·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는 국가다. 중국이 이런 많은 경제 내외적인 문제들을 순조롭게 극복하고 글로벌 경제 질서 속으로 연착륙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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