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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경제] 北 산림복구, 에너지 문제부터 | 2018.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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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 [한국경제 - 2018년 9월 5일]
北 산림복구, 에너지 문제부터
"北 산림 황폐화는 땔감 부족 탓 물·식량·에너지를 하나로 보고 통합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우리 조상들은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마을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마을 앞에는 강이 흐르는 지형을 최고의 주거환경으로 손꼽았다. 작은 시골 마을이 터를 잡을 때나 서울과 같은 나라의 도읍을 정할 때도 배산임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흔히 배산임수를 풍수지리적인 시각이나 미학적 측면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배산임수가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에 가장 용이한 지형 조건을 의미했다고 본다.
마을 앞에 강이 있다는 것은 식수와 농업용수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문명 발상지가 그랬던 것처럼 강 주변에 넓은 농경지가 펼쳐져 있으면 금상첨화다. 숲이 조성된 마을 뒷산은 에너지원인 나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겨울이 길고 혹독한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원 확보는 생존의 문제였다. 배산임수 지형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3대 자원인 물, 식량, 에너지를 확보하는 최상의 환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균형 잡힌 주거환경인 배산임수 지형도 잘 관리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균형이 무너져 생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전쟁이나 계속된 흉년으로 인해 유랑민과 화전민이 늘어나면 이는 심각한 산림훼손으로 이어져 나라는 도탄에 빠지고 심지어 국가가 붕괴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조선 후기부터 6·25전쟁까지 약 100년간 급속히 진행된 산림의 황폐화였다.
이 시기에 일제의 조직적인 목재 수탈과 뒤이은 6·25전쟁으로 산림면적의 50%가량이 민둥산이 됐다. 산림의 황폐화는 홍수와 산사태, 가뭄피해를 극대화했다. 이는 농업 생산량 감소와 경제시스템 붕괴로 이어졌다. 광복과 6·25전쟁 이후 피폐한 산림을 복구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만성적으로 땔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 심은 나무조차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뽑혀나갔기 때문이다.
전쟁 이후 유엔 보고서에서조차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결론 내린 우리의 산림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울창한 숲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림 황폐화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문제였던 땔감용 장작을 대신할 대체 연료를 공급한 것이었다.
1950~1970년대 민관이 힘을 모아 국내 매장량이 풍부한 무연탄광을 개발하고 이를 연탄으로 가공해 가정연료로 대량 보급한 것은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아궁이를 연탄 아궁이로 고치는 대대적인 주거개선 사업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고, 연탄을 장작보다 훨씬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서 숲은 수천 년간 떠맡아 왔던 에너지 공급원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물 정도로 짧은 기간에 우리 산림은 푸르름을 더해갔고, 그 결과 수자원 관리와 농업 생산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최근 남북한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산림분야 협력을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산림 면적의 32%가 황폐화돼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북한의 민둥산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조림사업에 앞서 황폐화의 근본 원인인 에너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 우리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아울러 물, 식량, 에너지 문제를 하나의 넥서스로 인식하고 통합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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